솔직히 나는 음악에 죽고 음악에 살고 그러는 음악 매니아는 아니다. 그냥 들리는데로 듣고, 안 들리면 좀 심심하고 뭐 그런 정도지. 어릴 때 어머니께서 반강제로 보내신 피아노 학원 덕분에 피아노 좀 띵동거리고 다른 악기들에도 관심만 가지고 있었는데, 정말 꼭 배워보고 싶었던 악기가 있었으니 바로 드럼이었다. 중고등학교 때 정말 그랬는데, 교회에서 복음성가 반주하는 친구를 찾아가서 가르쳐달라고 한 적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다 대학에 들어가서 지내다가 밴드부 친구들이 축제 공연 때 키보드 쳐 줄 사람이 필요하다며 도와달라고 해서 들어간 우리 학교 밴드부, Red Zippers. 거기서 결국 나는 드러머를 하게 되었다. :) 제대로 배우고 쳤다기보다는 그냥 흉내만 좀 내본 정도였다. 그래도 축제 공연 연습한다고, 저녁 먹고 동아리방에 들어가서 아침 해 뜨는 걸 보고 나와 세수하고 강의실에 들어가 하루 종일 자다 나와, 다시 저녁 먹고 동아리방에 들어갔던 그런 시절도 있었다. :D
이 영화는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천재적인 스네어 드러머인 한 녀석이 대학에 가서 진정한 음악을 알게된다는 뭐 그런 뻔한 스토리를 보여주고 있다. 중간에 러브 스토리도 조금 나와주고 말이다. 무척 잘 나가다가 좌절을 겪고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재기를 하게 되는 어쩌면 아주 전형적인 이야기이지만, 영화 내내 끊이지 않고 나오는 드럼 비트는 내 마음을 쿵쾅거리게 만들었다. 물론, 영화에서의 드럼은 미국의 독특한 응원 문화 중 하나인 Marching band에서 치는 스네어 드럼이라 내가 했었던 드럼과는 조금 다르지만, 그래도 가슴을 울리는 음악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특히 드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한 번쯤 볼만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