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zing Race
미국을 중심으로 소위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는 것들이 요즘 홍수를 이루고 있다. 기숙사에 나오는 유선방송을 돌리다보면, 이런 리얼리티 프로그램 전문 채널이라는 것이 존재할 정도니 말이다. 연애 시키는 것부터 시작해서, 모델 만들기, 성형 수술해 주기, 기업가 만들기 등등 여러가지 프로그램이 있다. 물론, 이런 시류에 난 전혀 관심이 없었고, 그저 채널 돌리다가 보면 '이런 것도 TV 프로그램으로 만드는구나.' 하고 놀라는 정도였다. 그러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 알게된 것은 올해 3월 경이었다. 자주 가는 한 동호회 게시판에 어메이징 레이스 한국 참가자를 선발한다는 이야기를 보고 신청 페이지에까지 방문해 봤던 것이다. 난 처음 들어보는 것이었지만, 벌써 몇 년째 진행되고 있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중에서는 최고 인기 장수 프로그램이었던 것이었다.
Flo와 Zach
정말이지 어메이징 레이스에 참가신청하는 것을 신중하게 고려해 봤다. 참가 조건이 만 21세 이상, 운전 가능, 영어 가능, 팀메이트 두 명이 한 팀 정도였다. 방돌이인 후배 주택이를 꼬시면 위의 조건을 모두 만족할 수 있다는 것에까지 생각이 미쳤는데, 그래도 그나마 맘 잡고 복학해서 학교 다니고 있는데, 이런 일로 다시 휴학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큰 문제였다. 이렇게 저렇게 여행을 하면서, 남들과는 조금 다른 색다른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는데, 이 프로그램이 그럴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혼자 흥분한 것이다. 게다가, 여행 경비는 모두 지원이 되니, 그야말로 몸만 가면 되는 아주 멋진 상황이 아닌가. :)
사격하는 Ken
그러다가, 기숙사에서 TV 채널을 돌리면서, 이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3시즌이었는데, 이미 상당수의 참가자들이 탈락한 상태였다. 여섯팀일 때부터 보기 시작했다. 형제, 연인, 부부, 친구 등 다양한 팀이 있었고, 각각의 레이스에서 혼신의 힘을 발휘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물론, 여행의 한 종류로 생각할 수 있지만, 정해진 코스를 어느 누가 빨리 달리느냐를 겨루는 경주이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 여행이라고 볼 수 없을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주마간산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독특한 방식의 여행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비록 급한 마음에 여유롭게 풍경을 즐길 수는 없지만, 팀 동료와 함께 열심히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는 것도 아주 좋다.
Jon Vito와 Jill
이걸 보면서 영어공부도 할 수 있다는 것은 거의 99% 변명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넘치는 생활영어에 노출되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다. 게다가, 목표를 향해 경쟁을 하다보니 한 팀임에도 불구하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에 미소를 짓게 된다. 누구라도 그럴 수 있을테니 말이다. 남녀 친구가 한 팀인데, 그 팀의 여자는 항상 남자에게 소리를 질러댄다. 물론, 남자가 잘못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그렇게 소리만 지르는 건 좀 아닌 듯 한데 말이다. :) 한 부부의 경우, 남편에 비해 아내의 체력이 좀 부족하다보니 아내가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어하는데, 남편은 그걸 도와주기는 커녕 어서 빨리 오라고 채근하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그냥, 이런 걸 보면서 '타산지석'까지 생각했다면 너무 오버이려나? :) 그래도, 그들의 경주와 그 속에 녹아있는 그들의 삶을 보면서 나름대로 보고 느끼는게 많았다. 바삐 뛰어가는 그들 뒤로 보이는 세계의 절경들도 보기 좋고.
오늘로 지역 유선 방송에서 보내주던 어메이징 레이스 3시즌이 종료되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팀이 1위를 차지해서 더욱 재미있었다. 끝까지 업치락 뒤치락 한 실제 당사자들은 얼마나 마음 졸였을까? :) 그래도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멋진 경주를 펼쳤다는 사실이 순위보다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나저나, 나도 참가할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D
링크들:
CBC의 어메이징 레이스 페이지
Wikipedia의
어메이징 레이스